반복되는 시간과 공간에 갇힌 마을 사람들
1991년 철의 마을로 유명한 '미후세'에 제철소 폭발 사고가 터집니다. 이 사건으로 현실과 마보로시(환상, 환영이라는 일본어 뜻) 세계가 둘로 나뉩니다. 불안정한 환영의 세계가 깨진 하늘의 틈을 만들었고, 제철소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이 틈을 막기 위해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이로 인해 현실의 세계와 환영의 세계는 완전히 분리되어 버립니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폭발 이후의 시간이 계속 흘러가지만, 주인공 '마사무네'와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는 환영의 세계에서는 같은 시간만 반복됩니다. 환영의 세계에서는 폭발 이후 터널과 뱃길도 모두 막혀 어디론가 도망칠 수도 없습니다. 혼란스러운 사람들 사이로 '사가미 마모루'가 나섭니다. 그는 대대로 미후세 마을의 신사를 모시는 집안의 외동아들입니다. 그는 이번 사고가 신의 분노로 일어났다고 주장합니다. '철'의 재료를 얻기 위해 마을의 산을 자꾸 훼손하였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언젠가 다시 돌아갈 현실의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늘 똑같은 감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의 말에 따라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자기 확인표'를 작성하기로 합니다. 자기 확인표에는 자신의 나이, 취미, 꿈, 특징 등을 기록하며 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주인공 '마사무네'는 이런 일이 못마땅합니다. 자신은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더 큰 도시로 나아가는 꿈이 있는데 지금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만 꿈꿀 수 있는 것들을 적어놓는 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고 억압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의 감정은 다른데 말입니다. 그래서 마사무네는 자기 확인표를 제출하지 않습니다. 다른 또래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반복되는 겨울이라는 계절 속에서 그들은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위험한 놀이를 즐깁니다. 이런 장난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 마을에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의 마음에는 점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신의 여자를 구출하다
어느 날 마사무네는 같은 반 친구 '사가미 무츠미'의 제안으로 어디론가 끌려갑니다. 발길이 다다른 곳은 제철소의 출입 금지 장소입니다. '위험'이라고 표시된 문을 열자, 신당처럼 해놓은 내부가 보입니다. 제철소 안에 신당이 있는 것이 의아해서 둘러보던 중 갑자기 여자아이가 튀어나옵니다. 그의 또래의 여자였는데 4-5살 아이처럼 이야기하고, 원숭이처럼 튀어 오르며 이동하거나, 늑대처럼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무츠미'는 그 아이가 '신의 여자'가 될 아이라고 설명합니다. 시간에 갇힌 마을 사람들은 5년, 10년이 지나도 나이가 들거나 외모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데 이 아이는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5살 아기의 모습에서 지금 중학생 정도로 변하였습니다. 현실의 시간을 따라가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마사무네는 신의 여자가 된다느니, 균열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 아이를 가둬놔야 한다는 등의 말에 터무니없는 말에 화가 납니다. 어린아이를 희생하여 자신의 세상을 지키는 것은 의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사무네는 신의 아이에게 '이츠미'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녀를 데리고 제철소를 탈출하기로 합니다. 이를 알게 된 사가미 마모루는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환영의 세계에서는 신당을 지켜온 자신의 말이 제일 힘이 세고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현실의 시간의 흐름을 따르는 이츠미의 탈출은 그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사무네를 막을 수 없었고 결국 모든 사실이 마을 사람들에게 공개됩니다. 그가 변하지 않는 감정을 갖고 있으면 언젠가 이 현실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던 것도 사실 거짓말이며, 이 세계는 분열은 진행되고 있고 언젠가 결국 사라진다는 것을 숨겼다는 것을 알게 되자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서 등을 돌립니다.
불안정한 세계에서 틈으로 보이는 현실의 우리
마사무네는 제철소가 폭발하고 현실의 세계와 환영의 세계가 나뉜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가짜로 이뤄진 시간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은 몇 년째 14살의 모습을 하고 있고, 계절은 늘 겨울이었지만 춥지 않았고, 어딘가 맞아도 고통이 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마을 사람들은 모호한 감정과 둔감해진 감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가미 마모루의 거짓말이 들통난 이후로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숨기고 살지 않기로 합니다. 어차피 사라질 세계이니 그전에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자는 사람들도 생깁니다. 사람들의 감정의 파도가 거세질수록 환영의 세계 벽에 점점 균열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균열이 생길 때마다 제철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틈을 메꾸기는 했지만 모든 구멍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마사무네는 깨진 틈 사이로 현실의 자신을 보게 됩니다. 자신은 사가미 무츠미와 결혼을 하였고, 둘은 축제에 갔다가 아이를 잃어버려 매일을 우울하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사라진 아이의 이름표에는 '기쿠이리 사키'라고 쓰여있습니다. '사키'는 환영의 세계에서의 '이츠미'였습니다. 우연히 환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연결되는 열차에 탔던 5살의 사키는 혼자서 이곳에 오게 되었고, 그대로 마모루에게 잡혀 제철소 사당 안에 갇혀 지냈던 것입니다. 어른이 된 자신과 아내가 슬퍼하는 모습을 본 마사무네는 이츠미를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 주기로 합니다. 제철소 폭발 사고로 갇혔던 터널 사이로 현실의 열차가 건너오는 순간 마사무네와 무츠미는 뛰어들어 이츠미를 열차로 실어 보냅니다. 이츠미를 만나고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법을 배운 마사무네와 마을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의 시간이 반복되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도 자신들의 마음은 늘 변할 수 있음을 배웠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