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도라야키 같은 영화
'도라야키'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지만, 왠지 맛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디저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친숙한 면이 있기도 하지만, 겉모습만 봤을 때도 푹신한 빵과 단팥의 맛이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한입 베어 물면 팬케이크같이 말랑한 식감 사이로 달콤한 팥 앙금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여행을 몇 번을 갔지만 '도라야키'를 사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에 가면 독특하고 새로운 미식의 세계가 펼쳐지는데, 굳이 내가 먹어보지도 않아도 알 것 같은 맛에 도전해 보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릅니다. 도라야키는 밀가루, 계란, 설탕 반죽 사이에 팥 앙금을 넣은 단순한 음식입니다. 모양도 특이한 것 없이 동그랗고 납작하고 단순한 형태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간식처럼 자주 먹는 붕어빵처럼 일본 사람들에게 대중적인 음식인데, 이 영화가 마치 '도라야키' 그 자체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뜻하면서도 속을 꽉 채워주는 도라야키처럼 우리의 마음을 따스함으로 가득 채워주는 영화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힘이 나는 것처럼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최선을 다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도 많지 않습니다. 주인공 외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단출하게 느껴질 정도로 적습니다. 스토리에서 큰 위기가 있어도 인물들은 그 갈등을 밖으로 내보내거나 표출하지 않고 꾹 눌러 담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어떤 위기든 헤쳐나가고 우리가 상상만 했던 일들을 시원하게 해결해나가지만 현실 속의 우리의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벽은 높기만 하고 나는 그저 내게 주어진 상황에 맞춰 살아나갈 뿐입니다. 나에게 큰 행운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이내 곧 사라지기도 하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지워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꿈같은 영화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성장하는 인물들을 보며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 듭니다.
주요 인물 살펴보기
첫 번째 인물은 도라야키 가게의 사장 '센타로'입니다. 감옥에서 출소한 이후에 어떤 의욕도 없이 살아가는 캐릭터입니다. 도라야키 가게도 단순히 빚을 갚기 위해 맡았던 일입니다. 그래서 그는 음식의 맛을 높이거나 장사가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없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판매하는 '도라야키'라는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매일 출근을 하고 도라야키를 굽고 판매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쿠에' 할머니를 팥 담당 직원으로 뽑으면서 그의 인생에도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할머니의 음식 솜씨로 인해 가게 매상은 점점 좋아지고 가게를 찾는 손님들로 정신없는 날을 보내게 됩니다. 열정 없이 가게 일을 보았던 '센타로'는 열심히 사는 직원을 보며 자신의 태도도 점점 달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가게는 이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합니다. '도쿠에'는 사실 한센병 환자였습니다. 그녀가 만든 도라야키는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됩니다. 의욕은 없었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가게에 출근하던 그는 이제는 밖에 나갈 의지조차 사라집니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사라진 '도쿠에' 할머니에게서 편지가 도착합니다. 그는 편지가 온 곳을 따라 그녀가 살고 있는 시설에 찾아갑니다. 할머니를 만난 그는 가슴속 깊이 자리 잡고 있던 미안함과 후회로 눈물을 흘립니다. 두 번째 인물은 도라야키 가게의 팥 담당 직원 '도쿠에' 할머니입니다. 파리만 날리던 가게에 불쑥 나타나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던 그녀는 다음 날에도 찾아와 자신이 만든 팥을 '센타로'에게 보여줍니다. 그녀가 만든 음식 맛을 본 '센타로'는 충격을 받고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게 됩니다. 가게에 출근하기로 한 첫날, 그녀는 매장 문을 열기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팥을 끓이고 앙금을 만드는데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성실한 태도로 일합니다. 그녀가 만든 팥으로 인해 도라야키 가게는 날이 갈수록 입소문을 타고 가게 문을 열기도 전에 손님이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인근에서 유명한 가게가 됩니다. 하지만 곧 그녀의 비밀이 밝혀지게 됩니다. 그녀는 어릴 적 한센병에 걸려 가족들에게 버려지고 평생을 나병 시설에 갇혀 지냈던 사람이었습니다. 손님들에게 사랑받던 그녀의 빵은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한센병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은 사라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센타로'에게 남긴 편지에서 그녀는 시설에서 사람들의 간식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50여 년 하다 보니 맛있는 팥을 만들 수 있었다고, 그동안 세상 밖에 나와 사람들과 지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센타로'에게 자신만의 도라야키를 만들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잔잔하게 울리는 스토리
최선을 다하는 삶은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자신의 병과 운명을 저주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지만 받아들이고 살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해낼 수 있는 일들에 몸과 마음을 다하며 살아가는 인물을 바라보면 자신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가지려는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됩니다. 영화 끝에 '도라야키 사세요!'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주인공처럼 삶에 대한 감사함과 의지를 갖게 만들어주는 메시지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자극적인 콘텐츠 사이에서 이런 잔잔한 힐링 영화를 보니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갖고 있지만 보지 못했던 나의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음식이 나오는 영화와 감성적인 느낌의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